행복사 2010. 7. 16. 16:41

 

강도범과 김형사

  

김형사는 오늘 오랫동안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았습니

한 달이 넘게 추적한 금은방 강도범을 잡아 순순히 자백을 받아냈고,

조사를 다 끝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검찰에서 구속영장이 떨어지면 구치소에 송치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래저녁은 먹여 보내야 했기에 설렁탕 두 그릇을 시키고

강도범 강현국과 마주 앉았습니다.

 "담배 한 대 줄까?"

강현국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의 입에 담배를 물려준 다음 자신의 입에도

담배 한 대를 물고 불을 붙인 김형사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많이 다치지 않아서 형량이 무겁지는 않을거야.

법원에 가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잘해.

변호는 국선변호인이 해줄 거야."

 

강현국은 아무런 말도 없었습니다.

사실 이 녀석을 잡았을때 김형사도 조금은 놀랐습니다

눈빛이나 분위기가 강도짓을할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실직 상태에 있어서 돈이 궁했다지만

그 정도 이유로 강도짓을 하기에는 녀석은너무 선하게 보였습니다.

 "애들이 둘 있다 그랬지?"

 "네."

 "이름이 뭐야?"

 "아늘놈은 햇님이고,딸아이는 별님이에요/"

 진짜 호적에 올린 이름이 그래?"

 "네."

 "예쁘군."

설렁탕을 다 비웠을 즈음 구속영장이 떨어졌다는

연락이 왔김형사는 서울 구치소까지 강현국을 이송했다.

 

경찰서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김형사는

자꾸 강현국이라는 인간이 궁금해졌습니다.

 '금은방이나 터는 강도놈이 자식 이름을 그렇게 예쁘게 짓다니?'

 

다음날 김형사는 강현국의 집을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현국의 집은 약수터가 있는 야산 뒤쪽 판자촌에 있었습니다.

어렵게 찾아간 집에는 강현국의 아내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강현국의 아내는 김형사를 보더니 긴장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이미 경찰서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어서 구면이었습니다.

 "또 무슨 일이세요?"

 "그냥 들렀습니다. 좀 앉아도 될까요?"

 "그러세요."

 "강현국이 몇 년이나 일을 못 했지요?"

 "2년쯤 됐어요. 재주라곤 극장 간판 그리는 것밖에 없는 사람인데,

극장들이 그림이 아닌 사진을 걸기 시작하면서 일거리가 부쩍 줄었죠."

 "어떻게 만나셨어요?"

 "스무 살 때 만났어요.

저는 시골에서 올라와 극장 매표소에서 일하고 있었고,

애들 아빠는 간판 보조였어요.

늘 생각에 잠겨서 담배를 피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지요."

 "그랬군요."

 "숟가락과 밥그릇만 가지고 살림을 차렸어요.

고아로 자라서 그런지 현국 씨는 식구들을 끔찍하게 아꼈어요.

가난했지만 행복했죠. 아이들도 생겼고."

 "아무리 어려웠어도 강도짓까지······."

 "작은 애가 심장 판막이 좋지 않아요.

간판 일로 번 돈으로는통원 치료비도 안 됐죠.

게다가 일까지 놓은 뒤부터는······."

 "완치는 된다고 합니까?"

 "수술하면 된대요.

그런데 더 크면 수술이 힘들어진다네요.

이 없는 게 죄지.

부모가 돼서 자식 생명 하나 못 지켜주고······."

아주머니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형사는 마음 한구석이 찌릿햇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어렵지만 않았어도

절대 강도짓 같은 건 안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들었습니다.

 

 "복도 없는 놈이군. 잡히지나 말든지."

 김형사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가보겠습니다."

 "교도소에는 오래 있게 되나요?"

 "그렇게 오래 있지는 않을 겁니다.

사람이 많이 다치지 않았고, 전과도 없으니까요.

게다가 반성하는 자세까지 보이고있으니."

 

 김형사는 산동네를 내려오며 당장 내일부터라도

아주머니가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재판부에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느새 날이 저물어 희미한 가로등이 산동네를 비추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