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사랑이 서글픈 건 / 雪花 박현희
떠나는 사랑이 서글픈 건
붙잡고 싶은 아쉬운 사랑의
후회와 미련 때문만은 아니겠지.
한때 뜨겁던 사랑의 열정이
얼음장처럼 싸늘하게 식어
차가운 시선으로 발길을 돌리는
냉정함 때문일 게다.
입었던 사랑이라는 화려한 감정의 옷을
송두리째 발가벗기고 전라가 된 채
구겨진 휴지조각처럼 내동댕이쳐진
초라함과 허탈함 탓이리라.
떠나는 사랑이 서글픈 건
미미한 감정의 찌꺼기조차 남지 않아
모르는 낯선 타인들처럼
서로 등지고 태연한 척
살아가야 하는 비정함 탓이겠지.
사랑도 이별도 모두 부질없는
한낱 인연의 덧없음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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