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인 것만 같아 / 雪花 박현희
얄궂게 부는 소슬한 갈바람에
파르르 떠는 마른 가랑 잎사귀
한잎 두잎 힘없이 떨어져 길바닥에 나뒹굴다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네요.
계절은 어느새 가을의 모퉁이를 지나
서서히 겨울의 문턱을 향해 치닫고
살갗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어 보지만
몸속 깊숙이 한기가 밀려드는군요.
아무리 두툼한 옷을 걸쳐 입었어도
이토록 가슴 속 깊은 곳까지
한기가 밀려드는 까닭은
비단 몸이 춥기 때문만은 아닌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는
시리디시린 마음 탓인가 봅니다.
그 어디에도 당신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는데
떨어진 낙엽 뒹구는 소리에도
당신인 것만 같아
자꾸만 시선이 창밖으로 향하는 것은
내 마음이 온통 당신으로 채워진 까닭입니다.
늘 그렇듯 기다림에 익숙해진 일상이지만
행여나 그리운 당신에게서
반가운 소식이라도 오지 않을까
설렘으로 또 이렇게 하루를 속절없이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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