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 없어도 사랑하는 어여쁜 청춘이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신경림 시인 -
'아름다운 글과 시 모음 > 아름다운 시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사람에게 / 김경훈 (0) | 2008.12.02 |
---|---|
공개적인 사랑 / 용혜원 (0) | 2008.12.02 |
기다림 (0) | 2008.11.25 |
가슴이 하는 말 (0) | 2008.11.25 |
세월은 지는 노을처럼 붉기만 하다 / 장시하 (0) | 2008.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