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과 시 모음/아름다운 시와 글

그대가 원하신다면

행복사 2009. 10. 21. 13:57

그대가 원하신다면 / 雪花 박현희
아무리 두드려도 울리지 않는 북을 
끊임없이 두드릴 어리석은 바보는 
아마 세상에 없을 겁니다.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그댈 느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나 혼자만의 바램일 뿐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랑을 꿈꾸는 그대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가 있겠나요.
 
못 견디게 그립고 
보고 싶은 내 마음만큼이나 
그대 또한 내 마음과 같길 원하지만 
아무리 두드려도 울리지 않는 북처럼 
좀체 열리지 않는 그대 마음을 
나로서는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군요.
 
그대가 날 원하지 않는다면 
그대 마음이 허락지 않는다면 
나 역시 그대의 뜻을 따를 밖에요.
 
잎이 모두 떨어진 뒤에 
꽃이 피는 상사화처럼 
결코 만날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엇갈린 인연의 굴레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한 맺힌 그리움만 가슴 속 깊이 묻어둔 채 
평생을 살아가겠지요.
 
그대가 원하신다면 
그리할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