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과 시 모음/설화님 고운 글들

가을 단상 / 雪花 박현희

행복사 2010. 9. 27. 17:25

 

가을 단상 / 雪花 박현희

아름드리 상수리나무에 
토실토실 잘 익은 상수리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후두두 투두 
비 오듯 쏟아지네요.
까만 눈동자에 두 귀를 쫑긋 세운 
금실 좋은 청설모 한 쌍 
겨우내 먹을 양식 곳간에 채우려고 
상수리 한입 가득 문 
우스꽝스러운 볼 풍선으로 
오르락내리락 종일토록 분주하네요.
소문 듣고 달려온 
건넛마을 다람쥐 가족도 
쏟아지는 상수리 비에 
덩달아 신이 났습니다.
겨울 맞을 채비로 분주한 
청설모 부부와 다람쥐 가족의 
귀엽고 깜찍한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월동 준비를 앞둔 
내 마음의 발걸음도 괜스레 빨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