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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동행 - 불행에 대처하는 자세 ♤

행복사 2010. 11. 19. 14:39

♤ 행복한동행 - 불행에 대처하는 자세 ♤ 

어느 날 불쑥 내려진 유방암 선고 같은 비보를 묘사할 때 
흔히 쓰는 '하늘이 무너진다'는 표현은 프랑스에도 비슷한 
형태로 존재한다. 
차이점이라면 프랑스의 하늘은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유학 생활을 거쳐 현지 회사에 당당히 취직해 
파리지엔으로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2006년 봄, 
우연히 오른쪽 가슴에서 물혹을 발견한 순간부터 
멀쩡한 내가 서른의 나이에 유방암 환자로 돌변하기까지는 
2주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어떤 시련앞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범적인 
자세 같은것은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쉽게 가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파리 시내 한복판에 과학 교과서에나 등장하던 
퀴리 부인의 이름을 딴 암센터가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곳의 환자로 등록되던 날에 알았다. 
어렴풋이 기억하던 그녀의 얼굴을 혼자 찾아간 
프랑스 암센터의 간판 위에 그려진 초상화로 다시 보게 되다니. 
난데없는 서러움이 밀려 왔지만 동시에 마냥 서러워하기에는 
좀 어이가 없었다. 
시험을 코앞에 두고서야 겨우 들여다보던 과학책 
속의 퀴리 부인을 오랜만에 마주하고 뜬금없이 
눈물을 훔치는 내 모습이라니. 눈물 대신 결국 웃음이 나왔다. 
유방암 판정이 몰고온 쓰나미에 어설프게 맞섰던 
나의 유일한 무기는 슬픔과 유머의 경계가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그렇게 그냥 웃어버리는 것뿐이었다.
소문대로 머리카락을 빠지게 만들던 항암 치료, 
두번의수술, 서른다섯번의 방사선 치료가 진행된 
8개월간 늘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그래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고민될 때는 
일단 웃어 보기로 한 뒤부터는작게나마 
마음의 여유가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건강한 일상을 되찾은 지금도 나는 6개월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기 위해 암센터를 찾는다. 
퀴리 부인의 얼굴을 담은 간판은새로운 로고로 
교체됐지만, 병원 문을 여는 순간에는 여전히 
그녀 덕분에 웃었던 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유방암이라는 시련에 대처한 
나의 자세는 대단하지도 훌륭하지도 못했지만, 
어떻든 간간이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으니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라고.
배우리《 에펠탑의핑크리본》저자
-《행복한동행》2010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