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과 시 모음/설화님 고운 글들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행복사 2011. 4. 20. 08:05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 雪花 박현희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프고 시려서

눈물로 보낸 숱한 세월

이젠 흘릴 눈물조차

더는 내게 남아 있지 않군요.

 

아파서 하도 아파서

슬픔이 목젖까지 복받쳐 차올라도

슬프다고 아프다고 감히 말할 수 없어

홍수처럼 흐르는 눈물을 감추고자

쏟아지는 빗속을 미친 듯 헤매며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피보다 더 진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지요.

 

죽을 만큼 그립고 보고 싶어서

눈조차 뜰 수 없을 만큼 간절해

당신의 흔적이나마 찾고자

당신과 함께 걷던 추억의 오솔길을

나 홀로 하염없이 걷기도 했지요.

 

그리워서 못내 그리워서

수렁처럼 깊디깊은 처절한 고독과

누구에게도 말 못할 혼자만의 가슴앓이로

숱한 밤들을 하얗게 꼬박 지새워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고독의 쓴잔을 홀로 마셔야 하는

비록 나 혼자만의 쓸쓸한 사랑이라지만

당신을 사랑함으로 말미암아

내 삶은 충만한 환희로 빛났기에

그래도 사랑할 수 있음을 차라리 감사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