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과 시 모음/설화님 고운 글들

그 후로도 오랫동안 / 雪花 박현희

행복사 2011. 4. 27. 08:39

 

그 후로도 오랫동안 / 雪花 박현희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에

촉촉이 젖은 하얀 벚꽃잎

한잎 두잎 떨어져 눈처럼 흩날리던 날

당신과의 만남을 뒤로한 채

쓸쓸히 헤어지고 나서

주책없이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내리는 빗속을 하염없이 걸었었지요.

 

당신과 오랜 시간 함께한 것도 아니었는데

모든 삶의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왜 그리도 허망하던지

내 마음 깊은 곳에 당신이 이토록

크게 자리한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당신의 빈자리를 그 무엇으로도 채울 길 없어

까만 밤들을 그리움으로 하얗게 꼬박 지새우며

남몰래 많이도 울어야만 했습니다.

 

숱한 세월 뒤로한 지금

이젠 그만 잊힐 때도 되었건만

꽃 비 내리는 이 길을 나 홀로 거닐며

다시 또 당신이

이렇듯 그립고 보고픈 걸 보면

아직도 난 추억 속의 당신을

여전히 잊지 못하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