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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 아빠가

행복사 2011. 7. 20. 16:22



다시보는 우리 아빠가


때국물이 줄줄 흐르는 잠바에 검고 쭈글쭈글한 얼굴. 우리 아빠.
미역국에 밥 말아놓고 색바랜 그릇, 김치 반찬 하나.
정말 먹기 싫다. 이렇게 가난한 우리 집안이 싫다.
먹는둥 마는둥하고 집안을 나왔다

"미희야!!"
날부르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작정 학교를 향해 뛰었다.
얼마쯤 뛰어서일까,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휴, 다행이다."
교실에 들어가니 세희가 보인다.
세희는 부잣집 외동딸이다. 이쁘고 가진것도 많다.
재수없는 계집애.

내가 좋아하는 태성선배가 이 계집애를 좋아한다.

세희가 자랑하고 있는 예쁜 큐빗 핀...
흥!! 나도 지기 싫어서 어저께 아빠의 주머니에서

슬쩍 훔친 만원가지고 산 큐빗 머리띠를
애들에게 자랑하였다. 감탄의 탄성이다.

점심시간이다.
배고프다. 밥은 먹고 싶지만, 절대로 미역국에 밥말고

김치반찬 하나뿐인 도시락은 먹기가 싫다.
더욱이 세희 앞에서는 말이다.

세희는 점심시간이 되면 호텔특급 요리를 먹는다.
애들은 세희주위로 몰려든다. 재수없다. 마음에 안든다.

절대로 세희한테 질수가 없다.
"미희야, 누가 너 찾으신다."-담임선생님
누군가하고 나가보았더니 아빠다.

꾸질꾸질한 잠바에 때낀 손, 그리고 검고 쭈글쭈글 한얼굴.
저기서 태성선배가 걸어오고 있다. 보여주기 싫다. 창피하다.
"어머, 기사아저씨 오셨어요?"-미희

놀라신듯 한 아빠.

곧 슬픈 눈빛으로 도시락을 나에게 주고 나가버린다.
쳇, 빨리 가버리기나 해라.
또 보나마나 맛없는 반찬이겠지. 도시락 뚜껑도 열어보지도 않았다.
수업이 끝났다. 담임이 날 부른다. 무..슨 일이지?
"너네 아빠께서 쓰러지셨다. 빨리 가보거라."-담임
쓰러졌다고? 아무 병 아니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 가보였다. 아빠가 보인다.
하얀 수의 가 덮어져 있다. 아니다..저건 우리 아빠가 아니다..
울었다. 또 울고 울었다. 때 낀 누룩누룩한 손가락.
그 손가락을 미처 보지 못한게 한스러웠다.
사랑한다는 말 해줄걸.
그 말도 안해주었는데..
해줄걸. 해줄걸...

아무 생각도 .. 안떠오른다..
문득 생각나는 점심 도시락.
열어보았더니...보지 못했던 맛난 반찬들이 있다..
쪽지..한 장이 있다..통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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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희에게...
미희야. 아빠야.

아빠..암이래..

수술하면 의사가 낫는다고 했지만, 아빠는 그러지 않고 싶어.
아빠 없는 게 미희가 더 행복할 것 같아서..
그동안 먹을 거 안먹고 입을거 안입고 해서 모은 돈이야.
미희 이 돈으로 잘 살아야 해.

아빠 먼저 갔다구 원망하지 말고...
미희, 아빠 없어도 예쁘게 커야 한다.
사랑해..미희야..

미희한테서 사랑한다는 말 들어보고 싶었는데..
아빠가..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