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이육사 (1904-1944 )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알알이 꿈꾸며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청포도 익어가는 칠월을 노래한 이 시는
미래에 대한 기다림과 준비를 노래한 이육사님의 시이다.
이육사는
평생 조국의 독립운동을 해온 시인으로
형무소방 번호(264)에서 따온 이육사로 아호를 짓고
그토록 염원한 조국의 해방을 한해 앞두고
베이징감옥에서 순국한 민족시인이었다.
40의 나이로 타국에서 순국한
그에게 칠월은 어떤 계절이었을까를 생각해본다.
여기서 칠월은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처럼, 죽었던
전설들이 포도송이처럼 되살아나 주렁주렁 열리고암울했던
하늘 먹 벗고 꿈꾸구름을듯이 들어와 박히며 바다가 닫혔던
가슴을 연다는 표현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모든 것이 닫혀 있던 문제들이
해소되고 육지와 하늘 바다 모두 미래로 활짝 열리는 계절로 설정되어 있다.
이러한 계절은 또한 기다리는 손님이 찾아오는 시기이도 하다
그 손님은 "고달픈 몸'이라는 표현에서 보는 것처럼
고향을 떠나 이방을 떠도는 사람들이 바다가 가슴을
열기까지는 돌아올 수 없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마지막 두 연에서 이러한
칠월은 현재의 시간이 아니라 미래의 시간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그 미래의 만남을 위해 모시수건을 마련해 두라는
구절에서 우리는 미래에 대한 준비의 뜻을 볼 수 있다.
이 시에 나타나는 칠월은 문자 그대로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
아니라 닫혔던 하늘과 땅과 바다가 열리고 안정과 조화를 찾는 시간.
즉, 현재의 죽음과 같은 닫힌 세계와 대조되는
해방의 날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또 청포를 입고 고달픈 몸으로 찾아오는 손님은
식민지 상황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그래서 해방이 되지 않으면 돌아올 수 없는 사람들로 생각된다.
<청포도>에서 육사는 미래에 대한 전망과 기다림,
그리고 만남을 위한 준비로 은쟁반에 모시수건을 제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청포도가 익어가듯이 때가 되면 막혔던 하늘과 바다가 열리고
집 떠난 이들도 돌아올 것이라는 등가관계 설정을 통해 미래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 하지 말 것을 다짐하는 시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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