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전설의 능소화 / 雪花 박현희
복사꽃을 닮은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
임금의 눈에 들어 하룻밤 입은 성은으로
화려한 빈의 자리에 올랐으나
두 번 다시는 찾아주지 않는
임금을 기다리다 끝내 상사병으로 죽은 후
궁궐 담장을 기어오르며
기다림의 꽃으로 피어난 슬픈 여인.
행여나 임금님 납실까 더 멀리 보기 위해
줄기는 담장을 넘어 하늘까지 솟아오르고
발걸음 소리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운 듯 활짝 벌린 꽃 이파리.
장미는 제 몸을 보호키 위해 가시가 돋듯
누구나 쉬이 범할 수 없도록
만지면 실명하게 된다는 독을 품은 가련한 상사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일편단심으로
슬픈 전설을 담고 있기에
애처로운 듯 주황색 꽃망울은
더욱더 고고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지요.
시시때때로 바뀌는 요즘 세태의
변덕스런 사랑에 교훈을 주듯
평생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훌륭한 본보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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