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당신을 만나/이효녕
내가 처음으로 당신을 만나
서로 모르는 얼굴이지만
저녁노을이 그려진
유순한 산토끼 눈알에 마음 새긴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었지요
당신은 노을빛과 살을 섞는
저녁의 나무 같은 마음이라
사랑의 꽃도 피울 수 있었지요
구름에 가린 낮달 멀리 떨어진
산 아래 산처럼 서로 의지하며
정답게 나란히 눕기도 하고
시린 목청을 뽑아내는 새처럼
정다운 사랑의 말도 할 수 있으니
사랑의 고백도 필요 없었지요
우리가 처음 당신을 만나
서로 모르는 얼굴이지만
당신은 차 한 잔을 마시다가도
내 아픔의 슬픈 말을 듣다가
손목을 꼭 잡고 아픔을 함께 나누는
참으로 정이 흠뻑 자란 사람이라
이 세상 함께 하는 영원한 사랑으로
가슴 아픈 이별 따위를 가지고
나를 영영 아프게 하지 않겠지요
우리가 처음 당신을 만나
서로 모르는 얼굴이지만
참으로 황홀하고 너무나 눈부신
사랑을 잉태하기 위해
마음에서 타는 불
몸에서 타는 불로
그리움 만드는 사랑을 하겠지요
언제나 그리워하며
내 마음 위로 떠도는 당신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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