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날은 / 雪花 박현희
공연스레 마음이 울적해지고
삶의 허무가 소리 없이 밀려드는 날은
모든 근심과 걱정을 훌훌 털어버리고
혼자만의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낯선 곳
낯선 시간 속에서
내 존재의 의미를 찾고 싶다.
나를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헤아려주는 사람이 참으로 많지만,
가슴 속에 켜켜이 쌓인 하고픈 말을
스스럼없이 털어놓고 하소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리 둘러봐도
내 주위에는 한 사람도 없는 듯하다.
아!
이렇듯 쓸쓸하고 공허한 것이
정녕 삶이란 말인가.
나의 흉허물까지 부담 없이 털어놓아도
조금도 부끄럼 없고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포근하고 아늑한 사랑의 보금자리와도 같은
누군가가 몹시도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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