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가까우니 첫사랑처럼 두근거립니다 하늘과 땅의 마음 지구보다 둥글고 가난과 부자에게 고향은 숨은 반디별을 찾습니다 도시로 떠난 자녀 젖먹이 걸음으로 총총거리고 장독 속에 숨겨둔 빨간 홍시가 그리워서 꽃밭 모서리에 봉숭아 꽃잎이 찧고 싶어서 헐떡거리는 바퀴에 꿈을 싣고 옵니다 흙먼지 이는 굽은 길 마중 나온 어머니 자갈밭 끌며 흐린 시야에도 젖먹이 자식의 걸음 알아봅니다 천 년인들 변하리까 세월이 낡아지더이까 하늘과 땅은 전설처럼 자리를 지켰고 노송은 넓은 귀로 모두 듣고 있었습니다 솔향, 쑥 냄새, 완행열차 그리고 밤송이에 떨어지는 아침을 아버지 산소 옆 단감나무도 반평생 지킨 뒤안길에 그늘 드리우고 돌아올 고사리손을 기다렸어요 뚜렷한 사유도 없이 멀어진 형제들 달동네의 부끄러움이었어도 강남의 허세였어도 고향은 사랑이어서 좋은 것을 낙동강 하류도 배냇짓을 하고 늙은 자식의 곡괭이 등쌀에 잘 익은 벼 이삭 너그럽습니다 훠이훠이 참새 쫓던 아버지의 목 쉰 소리 고향의 아침을 세웠지요 장닭도 홰를 치며 맏이 오빠에게 잃은 암탉이 그립다며 굵은 눈물 뚝뚝 흘리고 꼬끼오 샛별처럼 밤을 지새워도 모두 다정이네요 말놓던 오라버니의 말씨가 달라졌어요 '자네는 어떻게 지내는가?' 그의 익살도 가을처럼 익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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