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과 시 모음/마음을 울리는 글

친구야,사랑한다...

행복사 2010. 12. 13. 16:55

아직 겨울의 추위가 덜 풀린 날씨에 이제 갓 전학와 서먹서먹 하기만 했던 초등학교 5학년 개학날. 운동장에서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서있던 나에게 눈이 유난히도 튀어나온 한 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 껌좀 줄래? " 그 아이는 내가 씹고 있던 껌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내가 가지고 있던 껌의 반을 그 아이에게 주었다. 그게 나와 친구의 첫 만남이었다. 그 이후 그 아이와 나는 같은 반이 되었고, 우리는 항상 어울려 다니는 흔히 말하던 '단짝'이 되었다. 산을 누비며 총도 쏘고 공도 차며 산에서 불장난도 하고 다음 날 와보면 더 많이 번져 불에 그을린 나무들을 보며 혼난다는 생각을 뒤로 한채 마냥 즐거워 했던 우리였다. 언제나 휴일이면 우리집에 찾아와 나를 깨우며 놀자던 그 친구. 중학교가 달리 배정되던 날, 우린 무척이나 아쉬워 했었다. 하지만 같은 농네였던 터라 고등학교 입학할때까지 우린 함게 할 수 있었다 중학교 2학년을 마칠 무렵, 경찰 공무원이셨던 그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머니와 함께 간 문상에는 그 친구 홀로 헬쑥해진 얼굴로 서 있었다. 그 곳에서 그 친구의 처음이자 마지막의 눈물 방울을 보았다. 다쳐도 아무리 힘들어도 울지 않았던 그친구였다. 언제나 밝게만 웃던 친구였다. 그 친구의 슬픔을 헤아리지 못한 나는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와 친구분이 나누시던 친구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면서 혼자 눈물을 훔쳤었다. 그 후 친구는 고모와 살게 되었고 어머님은 일본에 가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내 곧 친구와 난 예전처럼 웃으며 지냈다. 난 친구가 다시 즐거워 웃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석은 내 생각이었던거 같다. 너무 어렸기에 친구의 고통을 알아 주지 못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떨어져 살게 되었던 친구였지만, 항상 내 곁에서 웃어주었고 외히려 날 위로해 주곤 했다. 친구는 고2때 천안으로 가 어머니와 같이 살게 되었다. 우리는 비록 떨어져 있었지만 항상 연락하여 서로를 격려하며 우정을 쌓아 갔고 그 뒤로도 친구가 자주 올라와 만나곤 했다. 얼마전 친구와 함께한 술자리에서 비로소 그 친구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께서 보험금등 집안의 모든 재산을 정리하시어 사업을 하시려다 사기꾼을 만나셨고 가산을 전부 잊어 버렸다 했다. 그래서 고모에게 친구를 부탁하고 일을 하셨다 한다. 당신의 입을 것, 먹을 것,아껴 가며 번돈의 모든 것을 고모에게 보냈는데 고모는 중간에서 그 돈을 가로챘고 그걸 알게된 후로 어머니에게 내려간 친구는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에서 살고 계시는 어머니를 보고 아버지를 잃은 설움,가산 탕진, 그리고 자신을 홀로 있게 한 그런 마음에 어머니를 무척이나 원망하며, 한편으론 그런 집에서 그렇게 생활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한다. 수해로 집이 쓸려가고 조그만 원룸에서 생활하는 친구는 고등학교때 열심히 공부하여 지금은 장학생으로 대학을 다니고 있다. 친구의 어머님은 모텔에서 하루 12시간씩 일을 하시며 생활비을 벌으신다고 한다. 친구의 어려운 사연을 듣고 친구가 어려울때 함께 하지 못했고 슬픔에 잠겨 있을 때 그 슬픔을 나누지 못한 하나밖에 없는 마음의 친구라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고 화가 났다. 이제 20대 중반, 살아온 날보다 아직,살아 갈 날이 훨씬 많은 나이이다. 살아가면서 어려움과 고난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옆에 마음의 친구가 더 소중하고 그 친구가 있기에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 나,역시 친구에게 그런 친구로 남고 싶다. 친구야!늦었지만 한마디 할께. 친구야,사랑한다! === 옮겨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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